근래에 다한증 치료를 위해 보툴리눔 톡신 주사법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주사법은 손, 발, 겨드랑이, 안면, 두피, 체간 등 다양한 곳에 시행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부분은 손과 발입니다.
일반적으로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날 경우에 보툴리눔 톡신 주사는 두 곳 중 순차적으로 먼저 발생하는 부위나 더욱 불편한 부위에만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두 곳 모두 투여할 경우에는 한 번에 투여되는 보툴리눔 톡신의 용량이 너무 많아지고,
50~60%정도의 환자들에게서는 한 곳의 땀이 줄어들면 다른 곳의 땀도 줄어드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전들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눌 수 있고, 이 둘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가면서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를 이루어 갑니다. 교감신경은 크게 구심성 신경(afferent nerve)와 원심성 신경(efferent nerve)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구심성 신경은 말초부분에서 중추신경계인 척수부분으로 향하는 신경을 말하고, 원심성 신경은 이와 반대로 중추신경계인 척수부분으로부터 말초부분으로 향하는 신경을 말합니다. 구심성 신경은 외부의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원심성 신경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한은 특정 자극으로 땀이 많이 나게 되면 음성 되먹임 기전으로 인해 구심성 신경과 원심성 신경의 자극이 줄어들어 땀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한증의 경우는 오히려 땀이 나올 경우에 음성 되먹임 기전이 잘 작동하지 않아 신경들의 자극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땀의 양이 증가하고, 땀이 다른 부위에서도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보툴리눔 톡신 등으로 한 곳의 발한을 감소시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게 됩니다.
둘째로는 자율신경계는 불수의적(不隨意的)인 반응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회로가 대뇌까지 올라가지 않고, 척수 부분에서만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쉽게 말하자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지는 반응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한도 불수의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한증은 불수의적인 측면이 기본이 되겠지만, 수의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진료현장에서 손, 발 다한증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하여 보면, 작은 자극으로 인해 손에 땀이 나면 이로 인해서 더욱 긴장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손의 땀이 더욱 많아지고, 발에도 땀이 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밟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또한 명상이나 기도, 요가 등을 시행하였을 때 땀 분비가 줄어들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긴장, 불안 등과 같은 대뇌에서 형성이 되는 자극들이 교감신경과 같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일반적인 발한의 경우에는 불수의적인 측면이 대부분이고, 수의적인 측면이 별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한증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수의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 발 다한증이 있는 사람이 손에 보툴리눔 톡신 주사법을 시행하여 손에 땀이 나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대뇌에서 형성이 되는 긴장, 불안 등과 같은 반응이 감소함으로써 발한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다한증의 영역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바이오피드백 (Biofeedback)이라고 하여 그 동안은 불수의적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신체의 반응들을 수의적인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개념하에 고혈압, 천식,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공황장애 등의 치료를 위해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일종의 심신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개념들도 다한증 조절을 위해 응용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모든 과정이 명확히 밝혀진 사항은 아니며, 또한 모든 다한증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한증과 신경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그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2년 11월 13일
다한증 환자이자 의사..
에비타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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